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퇴직 후, 하루가 꽤 길게 느껴졌습니다.
아내는 바쁘고,
자식들은 각자 삶에 바쁘고,
카톡창은 고요했고,
집안은 조용했습니다.
문득,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.
“내가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웃으며 대화한 게 언제였지?”
친구라는 단어가
슬그머니 멀어져 있었습니다.
그래서 어느 날, 작정하고
산책길에서 말을 먼저 걸어보기로 했습니다.

첫마디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
공원에서 마주친 비슷한 연배의 분.
개를 산책시키고 계시더군요.
‘안녕하세요’ 한 마디 건네는 데
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.
그분도 처음엔 약간 놀란 표정이었지만
금세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시더군요.
그 짧은 인사 하나가
그날 하루 종일 기분 좋게 만들었습니다.
혼자였던 하루가
낯선 대화 하나로 꽤 따뜻해졌습니다.
우연한 인연이 자주 마주치는 사이로
몇 번 더 같은 시간대에 공원을 찾았습니다.
그분도, 또 다른 분도
하루하루 익숙한 얼굴이 되어갔고
“오늘도 나오셨네요.”
“날씨가 많이 풀렸죠.”
그런 가벼운 인사에서
이야기가 조금씩 길어졌습니다.
고향 이야기, 가족 이야기,
최근에 본 드라마 이야기까지.
우리는 어느새 이름은 모르지만 반가운 사이가 되어 있었습니다.
진짜 친구는 나이와 상관없이 다시 만들어진다
몇 주 뒤, 그분이 제게 말했습니다.
“혹시 이 근처 사세요? 다음에 커피 한잔 하실래요?”
그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.
커피 한 잔 사이에
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고,
전화번호도 주고받고,
이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납니다.
친구는 청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.
70이 넘어서도,
오늘 처음 본 사람과도
진심을 나눌 수 있다는 걸
이제야 다시 알게 됐습니다.
용기 있는 한 마디가 내 일상을 바꿨다
그날 제가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면
아직도 혼자 조용히 걷고 있었을 겁니다.
친구를 만드는 건
대단한 이벤트가 아닙니다.
단지 먼저 마음을 여는 작은 행동일 뿐이죠.
나이 들어 새로운 인연을 맺는 건
쑥스럽기도 하고, 망설여지지만
막상 해보면
내 삶을 다시 따뜻하게 데우는 일입니다.
오늘도 산책길에서
누군가에게 ‘안녕하세요’라고 말해봅니다.